요즘 올리브 오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도 Acidity가 낮은 제품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이들 산도가 낮을 수록 좋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서로 그런 제품들을 찾으시는데,
대체 얼마나 낮아야 좋은 것인지 판단을 좀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오늘은 거기에 대한 답을 써보고 함께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산도는 무엇을 뜻하나요
올리브오일 병에서 종종 보이는 “산도(acidity)”라는 말, 사실 어렵지 않아요. 산도는 오일 속에 ‘유리지방산(FFA)’이 얼마나 있는지를 퍼센트로 적어 둔 표시예요. 보통 올레산(oleic acid) 기준으로 환산해 표기하니, “올레산 %”라고 이해하셔도 괜찮습니다.
올리브가 수확되고 보관되며 오일로 짜이는 동안, 과육에 있는 효소가 기름과 만나면 지방이 조금씩 분해돼요. 이때 원래 한 몸이던 지방이 떨어져 나와 ‘자유롭게 풀린’ 상태가 되는데, 그 양이 바로 유리지방산이고요. 유리지방산이 많다는 건 오일의 완전성이 조금씩 깨어졌다는 뜻이니, 산도 수치가 높을수록 신선함과 품질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답니다.
표기는 이렇게 보시면 편해요. 100g의 올리브오일에 들어 있는 지방 중, 몇 g이 유리지방산으로 풀려 있는지를 퍼센트로 나타낸 값이에요. 그래서 수치가 낮을수록 분해가 덜 일어난, 더 신선하고 섬세한 오일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분류 기준도 기억해 두시면 선택이 쉬워져요. 산도 0.8% 이하라면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으로, 0.8%부터 2.0% 사이면 버진(Virgin)으로 분류해요. 이 범위를 넘는 제품은 향과 맛에서 부족함이 느껴질 수 있으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조심스럽게 거르셔도 좋아요.
정리하면, 산도는 올리브오일의 ‘깨끗하게 지켜진 본모습’을 보여주는 작고 확실한 힌트예요. 숫자가 낮을수록 신선하게 다뤄진 좋은 오일일 가능성이 높고, 숫자가 높을수록 이미 지방이 많이 풀려 품질이 아쉬울 수 있답니다. 부드럽게 향이 올라오고 입안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오일을 고르고 싶으시다면, 라벨의 산도 표기를 살짝 확인해 보세요. 자연스럽게 더 만족스러운 선택으로 이어질 거예요.
그럼 산도는 무한정 낮을 수록 좋은 것일까요??
숫자만으로 다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엑스트라 버진 판정에는 산도 외에도 과일향, 결점 여부 등 관능 평가와 과산화물가, 자외선 흡광도 같은 화학 지표가 함께 쓰입니다. 산도가 낮아도 향의 복합성과 신선한 풀향, 쓰고 매콤한 폴리페놀의 균형이 떨어지면 최고의 올리브 오일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산도는 낮게, 관능 품질은 무결함”이라는 두 축을 함께 보셔야 합니다.그럼 왜 산도가 달라지는 걸까요??
1. 수확 전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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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과 성숙도: 품종마다 지방 구성과 효소 활성 차이가 있습니다. 과숙 상태로 오래 달려 있거나 비·서리 피해를 받으면 과육 세포가 손상되고 효소가 쉽게 작동해 산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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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충해와 기상 스트레스: 올리브파리 등 해충 피해, 한해·우박 같은 스트레스는 과육 조직을 파괴해 지방과 효소, 수분이 섞일 여건을 만들고 가수분해를 촉진합니다.
2. 수확과 취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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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방식의 충격: 바닥에 떨어진 열매(낙과)를 쓰거나 거친 기계 수확으로 멍이 들면 세포막이 깨지고 지방과 효소가 직접 접촉합니다. 산도 상승 위험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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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운반·대기 시간: 수확 후 제유까지 시간이 길수록(시간), 더운 환경일수록(온도), 열매가 젖어 있거나 쌓여 발열이 생길수록(수분·미생물) 가수분해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빠르고 서늘하게”가 핵심입니다.
3. 추출(제유)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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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교반(말락싱) 조건: 교반 온도가 높거나 시간이 길면 효소 반응과 미세한 수분 접촉이 늘어 FFA가 증가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콜드 추출’은 상대적으로 산도 상승을 억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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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개입: 3상(three-phase) 공정처럼 물을 많이 쓰면 지방층과 수분층의 접촉이 늘어 가수분해가 일어나기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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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과 금속 접촉: 설비가 청결하지 않거나 구리·철 등 금속에 장시간 접촉되면 산화부담이 커지고, 산화와 가수분해가 함께 진행될 수 있습니다(지표는 다르지만 실제 공정에서는 동반되기 쉽습니다).
4. 여과와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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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여과 상태(올리오 누오보 등): 미세한 수분과 미립자가 남아 있으면 효소와 미생물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유지되어 시간 경과에 따라 FFA가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초기 향은 화사할 수 있어도, 장기 안정성은 여과품이 유리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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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열·공기: 빛과 열은 주로 산화(과산화물가 등)를 가속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가수분해 속도도 동반 상승합니다. 공기 접촉으로 수분 교환이 일어나도 효소 반응 환경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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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보관 습관: 투명병·큰 병은 개봉 후 공기와 빛 노출이 잦아 열화가 빨라집니다. 소용량, 차광병, 밀폐 보관, 서늘한 장소가 산도 상승 억제에 유리합니다.
5. 정제와 혼합
- 정제유의 특수성: 정제 과정(중화 등)에서는 화학적으로 유리지방산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제 올리브유의 산도는 낮아도, 엑스트라 버진이 가진 고유 향미 성분은 대부분 사라집니다. 즉 “산도↓=고급”이 아니라 “산도↓ + 향미·결점 없음”이 함께 충족되어야 진짜 고품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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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렌딩: 동일한 해(수확 연도·배치) 안에서 산도가 낮은 로트와 높은 로트를 섞으면 목표 산도로 ‘맞추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관능 품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병에 산도 표시가 없는 건 어떻게 된건가요??
- 법적 의무가 아님: 대부분 국가에서 올리브오일 라벨에 산도(FFA) 표시는 의무가 아닙니다. 등급(Extra Virgin/ Virgin), 내용량, 원산지, 유통기한 등은 필수지만, FFA 수치는 선택 항목입니다.
- 수치의 “시간 민감성”: FFA는 보관·온도·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합니다. 병입 직후의 분석값을 인쇄해도 유통·보관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어, 고정 숫자를 인쇄하는 것을 꺼리는 생산자가 많습니다.
- 배치(LOT)별 변동과 비용: 같은 브랜드라도 수확 시기·밭·품종에 따라 수치가 달라집니다. 배치마다 라벨을 바꾸거나 재인쇄하면 비용이 커지므로, 라벨에는 공통 정보만 두고 세부 수치는 웹·QR코드로 안내하는 곳이 많습니다.
- 소비자 혼동 방지: 정제 올리브유는 공정상 FFA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도 낮음=품질 최고”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일부 브랜드는 산도 표기를 아예 빼고 등급·수확연도·관능 포인트 등으로 설명합니다.
- 규제·광고 문구 리스크: 일부 시장에서는 특정 수치(예: 0.2%)를 강조하려면 배치별 시험성적서( CoA ) 증빙이 요구됩니다. 이를 상시 유지하기 어렵거나, 라벨 문안 심의가 까다로운 경우 표기를 생략합니다.
산도 표기가 없을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 등급 표기: 라벨에 Extra Virgin인지 먼저 보십시오. 엑스트라 버진은 법적으로 FFA ≤ 0.8%이며 관능 결점이 없어야 합니다. 산도 숫자가 없어도 “엑스트라 버진”이면 기본 자격을 갖춘 제품입니다.
- 수확연도와 병입 정보: 수확연도(Harvest 2024/25 등) 또는 병입일이 선명한지 확인하십시오. 북반구 수확은 대체로 10~12월, 남반구는 4~6월입니다. 가능하면 최근 시즌 것을 고르시는 편이 향미 보존에 유리합니다.
- 보관·용기 사양: 차광병(짙은 유리)·캔, 질소충전·원웨이캡 등 산소·빛 차단 설계가 있는지 보세요. 대용량보다는 2~3개월 내 소비 가능한 용량이 좋습니다.
- 생산자 투명성: QR코드, 웹페이지, 병목 태그에 배치별 시험성적서(CoA)를 공개하는지 확인합니다. 있다면 FFA(권장 0.5% 이하면 우수 신호), 과산화물가, K232/K270, ΔK 같은 산화지표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 신선도·관능 단서: 향을 맡아 봤을 때 풀 향·허브·과실 향이 선명하고, 맛에서 쌉싸래함과 목 뒤의 매콤함(폴리페놀)이 살아 있으면 신선 신호입니다. 역한 냄새(산패·곰팡이·식초향 등)가 나면 피하십시오.
- 신뢰할 수 있는 유통: 보관이 좋은 전문 수입사·전문 매장을 이용하세요. 직사광선 선반, 과도한 고온 매대에 장기간 노출된 병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올리브 오일의 산도는 항상 일정한가요??
“산도(유리지방산, FFA)”는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시간에 따라, 특히 보관·취급 조건에 따라 서서히 변하고 보통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왜 변하나요
- 가수분해: 올리브오일의 지방(트라이글리세라이드)이 물과 효소(리파아제)를 만나면 지방산이 떨어져 나옵니다. 이때 생기는 ‘유리지방산’의 비율이 산도이므로, 물·효소와의 접촉이 많을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산도가 올라가기 쉽습니다.
- 과실·침전물 영향: 미여과(올리오 누오보 등) 제품은 미세한 수분·미립자가 더 남아 있어 효소·미생물이 활동할 여지가 커, 여과유보다 산도 상승 속도가 빠를 수 있습니다.
- 온도와 시간: 온도가 높을수록(특히 20~30°C 이상) 가수분해 반응 속도가 빨라집니다. 같은 병이라도 ‘차갑고 어두운 곳’과 ‘주방 가열기구 옆’은 산도 변화 속도가 크게 다릅니다.
- 개봉 후 노출: 뚜껑을 열고 닫을수록 공기·수분 접촉, 오염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특히 습한 주방 환경에서 병 입구로 수분이 유입되면 산도 상승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 참고로, 빛은 산화(향미 저하)를 가속하는 주된 요인이지만 FFA를 직접 높이는 요인이라기보다, 열·보관 스트레스와 동반되어 전체 열화를 빠르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느 정도로 변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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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봉 상태에서 차갑고(약 15~18°C), 어둡고, 건조하게 보관하면 산도 변화는 비교적 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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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고온·습기·장시간 대기·미여과 침전물이 겹치면 상승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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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는 배치·제품별로 출발선(병입 직후 수치)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오른다”는 보편적 수치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조건이 나쁘면 더 빨리 오른다”입니다.
라벨 수치와 현실의 차이
라벨에 적힌 산도(또는 시험성적서의 산도)는 ‘분석 시점’의 값입니다. 유통·보관이 길어지거나 개봉 후 시간이 지나면 그 값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생산자는 병에 고정 숫자를 쓰기보다, 배치별 시험성적서를 QR코드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관리법
- 보관: 직사광선을 피하고 15~20°C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십시오. 가열기구·창가·전자레인지 위는 피하세요.
- 용량: 개봉 후 1~2개월 내 다 쓸 수 있는 용량을 고르면 산도·향미 변화를 최소화하기 쉽습니다.
- 용기: 차광병·캔, 질소충전, 드립탑(공기 역류 방지) 같은 설계가 유리합니다.
- 제품 선택: 여과유는 장기 안정성이, 미여과는 초기 향미가 장점입니다. 장기간 천천히 쓰실 계획이면 여과유가 안전합니다.
- 사용 습관: 병 입구에 물·음식물이 닿지 않게 하고, 사용 후 즉시 밀봉하세요. 필요한 경우 소병에 덜어 쓰면 개봉 후 노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올리브 오일을 고르는 체크 리스트
- 엑스트라 버진 표기
- 최근 수확 시즌 표기
- 차광 용기, 소용량
- 생산자·품종·배치 정보
- 산도 표기 또는 시험성적서
- 전문 매장, 올바른 보관 진열
- 시향·시음에서 결함 없음
- 용도에 맞는 향미 스타일
- 여과 상태 확인
- 개봉 후 빠른 소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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